[Diary] 단짝을 지켜주세요
Diary 2008/06/07 00:52 |
50%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맡깁니다
나의 보디가드입니다
처음으로 할아버지의 마중 없는 부산역에서
나는 버스를 기다리며 술 취한 아저씨에게 붙잡혀 갈 뻔 했고
그 순간 얼마나 슬프고 소중함을 깨달았던지
틀니를 뺀 입에서
너무나도 말라버린 몸에서
힘이 없는 목소리에서
이제는 할아버지가 나의 보디가드가 아니라
내가 할아버지의 보디가드가 되어야 함을 알았습니다
나에게는 할아버지가 아닌 아빠입니다
아니, 무조건적인 사랑이 무엇인지 알려준
어떠한 상황에서도 날 믿고 항상 나의 편이 되어준
용돈이 떨어질 때를 어찌나 잘 아는지 엄마 몰래 용돈 주는 든든한
너무나도 무뚝뚝해서 표현을 전혀 하지 않는 나지만
그래도 내 마음 다 알아주는
그래요, 엄마의 말처럼 나와 할아버지는 단짝입니다
3시간일 수도 있던 수술이 8시간이 되었고
50%입니다 일주일간의 경과입니다
위암 재발이라 매우 위험합니다
수술 보다는 경과가 중요합니다
첫 위암 수술 후
내게 늘 고등학교 졸업하는거 볼 수 있을려나
하셨지만 이미 제가 대학교 2학년이나 되서
용케도 장학금 받는걸 자랑스러워 하셔서
매일 경로당에서 내 자랑을 하며 뿌듯해하고 당당해하시던
무뚝뚝한 나는
어버이날이면 그냥 카네이션 하나 사서 드리는거 뿐인데
그걸 하루종일 달고 다니시며 뿌듯해 하시던
나는 그의 자랑이고 입니다
아직 많은 것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
당당하게 취직해서 첫 월급으로 멋진 옷 사드리지도 못했고요
남자친구라고 희창이도 소개 못 해드렸어요
정말 신기하게도 할아버지를 너무나도 꼭 닮은 희창이를
윗입술이 두꺼운 남자는 할아버지 이후로 처음 본 희창이를
순하디 순해서 매번 사람에게 상처 받지만 그 순한 성격 못 버리고
독하디 독한 내가 상처 주는 말을 해도 순한 성격으로 늘 용서해주는 너무나도 순한 우리 할아버지를 닮은 희창이를
소개해드리고 싶은데 너무나도 닮았는데
나 결혼식때 손 꼭 잡고 들어가고 싶어요
그리고 결혼식때 남편이랑 셋이서 사진도 찍고 싶고
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손주라고 제일 먼저 보여드리고 싶고
그 어떤 사람보다 내 아이를 사랑해줄 사람인데
너무나도 무뚝뚝한 나라서.........
모든 것을 제쳐두고 수술 전 얼굴을 보기 위해
부산으로 내려갔으면서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한 나인데....
고작 마지막에 떠나기전 손 한번 잡아준게 다인데....
내 마음을 모두 말하기가 왜 그리 부끄러웠을까요
아마 괜히 그러면 꼭 마지막일거라는 불안감에게 항복하는 것 같아서 그랬던건가봐요
아직 못해 드린 것도
같이 해보지 않은게 더 많아요
아직은 아니에요
멋진 어른이 된 모습을 못 보여드렸잖아요
철없이 어리고 그 아픈 몸으로도 서울 올라는 나에게
용돈 챙겨주려고 하는 그에게는 아직 어린 나인데
그렇게 어린 내 모습으로 영원히 기억되기 싫습니다
부탁드릴께요
처음으로 이렇게 부탁하는거에요
제발 단 1분이라도, 아니 1초라도
나의 소중한 단짝 할아버지를 위하여 기도해주세요
기도가 하나하나 모여 50%가 60%.. 70%... 90%....
100%가 되도록 잠시라도 기도해주세요
나의 영원한 단짝을 지켜주세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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쾌유 하실거다. 반드시.. ^^ 기운 내거라.